육진 방언, 중세국어의 살아있는 화석세종 사민의 흔적 위에 성조·고어를 보존하고 여진·러시아 접촉으로 혼종화된 두만강의 언어고려말에 남은 소리까지 아우르며 소멸 전 기록을 촉구하다 1. 서론: 한반도의 끝자락, 시간이 멈춘 언어의 갈라파고스 ‘육진’ 한국어의 방언 지도를 펼쳐놓고 가장 신비롭고, 가장 베일에 싸여 있으며, 동시에 가장 중요한 언어적 거점을 꼽으라면 단연 ‘육진(六鎭) 방언’이다. 행정구역상으로 함경북도 동북단의 6개 지역(온성, 종성, 회령, 경원, 경흥, 부령)을 일컫는 이 ‘육진’은 지리적으로 한반도의 최북단이자,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중국,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토의 정수리다. 우리는 흔히 북한의 언어를 평양말 중심의 ‘문화어’로만 인식하지만, 평양말과 육진 방언의 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