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려’, ‘것이여’ 축약이 만든 고효율 어미억양 하나로 미래·의문·청유를 처리하는 충청 점이지대의 문법.‘갈겨/할려’의 다기능·공손성, 경기·전라 사이 분포와 세대별 코드스위칭, 영어 gonna와의 평행, 보존 가치까지 정리. 1. 서론: ‘그러는겨, 마는겨?’ 모호함 속에 숨겨진 고도의 언어적 경제성 한국의 방언 지형도에서 충청도는 흔히 ‘느림’과 ‘에둘러 말하기’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하지만 충청도 화법의 본질을 파고들면, 그 안에는 놀라울 정도의 ‘축약’과 ‘경제성’이 숨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대표적인 증거가 바로 종결어미 ‘-겨’와 ‘-려’다. 서울 표준어 화자가 “그렇게 할 거야?”라고 여섯 음절로 물을 때, 충청도 화자는 “그려?” 혹은 “할겨?”라는 단 두세 음절로 완벽하게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