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32

전북 방언 겉다는 왜 젊은 세대가 이해하지 못할까 세대 간 언어 단절의 심연과 추측의 문법학

겉다’는 걷다가 아니다전북 방언이 말하는 추측의 언어와 세대 간 소통의 단절 식탁 위의 침묵과 소통의 단절, 겉다라는 낯선 단어가 불러온 세대 갈등의 현주명절이나 제사가 되어 온 가족이 모인 자리,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침묵은 이제 한국 사회의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단순히 관심사가 다르거나 스마트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침묵의 기저에는 언어의 장벽, 특히 방언의 소멸로 인한 의미 전달의 실패가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전라북도, 그중에서도 전주와 익산, 군산을 아우르는 전북 북부 지역의 노년층 화자들은 일상생활에서 겉다라는 표현을 매우 빈번하게 사용한다. 비가 올 거 겉다라거나, 그 사람이 참 좋은 거 겉다와 같은 문장이 그 예다. 표준어 화자나 젊은 세대가 듣기에 이 말은 걷다(..

부산 사투리 가이소는 언제 어떻게 쓰일까 실용 예문 중심의 화용론적 분석과 지역 정서의 미학

‘가이소’에 담긴 부산의 정존댓말 너머, 츤데레 화법의 미학과 지역 언어의 온기‘가이소’는 단순한 작별 인사가 아닌 부산 고유의 존대 표현이자 정서적 권유의 언어다. 문법과 실용 예문을 통해 지역 방언이 품은 관계의 기술과 공동체적 정서를 화용론적으로 분석한다. 거친 바닷바람 속에 숨겨진 부드러운 권유, 부산 방언의 상대 높임법 체계와 이소(iso)의 문법적 위상부산 사투리, 혹은 동남 방언을 떠올릴 때 대중 매체가 주입한 이미지는 대개 거칠고 투박하며, 마치 싸우는 듯한 억양이다. 영화 친구나 각종 누아르 영화에서 부산 말은 주로 남성들의 의리나 폭력을 대변하는 도구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 섞인 시선은 부산 방언이 가진 섬세한 높임법 체계와 그 속에 담긴 따뜻한 배려의 정서를 간과하게..

전남 해남 방언 자기야는 진짜 연인을 뜻할까 의미 변천사와 관계의 언어학

연인의 말? 환대의 언어? 해남 방언 ‘자기야’에 담긴 관계의 인류학전남 해남 방언의 ‘자기야’는 연인이 아닌 타인을 따뜻하게 품는 관계의 언어다. 어원과 의미 변천사를 통해, 방언에 담긴 공동체적 정서와 사회적 기능을 인문학적으로 탐구한다. 낯선 여행지에서 마주한 뜻밖의 고백과 언어의 배반여행은 낯선 풍경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낯선 언어와 조우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전라남도 해남, 한반도의 땅끝이라 불리는 이 고즈넉한 고장에 발을 디딘 외지인들이 종종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 혹은 길을 물을 때, 초면인 할머니나 아주머니로부터 자기야라는 호칭을 듣게 되는 경우다. 서울을 비롯한 표준어 화자들에게 자기 혹은 자기야라는 단어는 연인이나 부부..

충청도 방언의 은근한 반말체는 어떤 사회적 기능을 할까 경계의 언어가 빚어내는 관계의 미학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충청도식 은근한 말투, 그 속에 숨은 관계의 언어학충청도 방언의 반존대 화법은 격식과 친밀함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는 언어적 완충지대로 작동한다. 이분법적 언어 질서를 거부하는 회색지대의 화법 충청도식 반존대의 언어학적 구조와 특징 한국어는 전 세계 어느 언어보다도 경어법이 정교하게 발달한 언어다. 주체 높임, 객체 높임, 상대 높임으로 나뉘는 복잡한 문법 체계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유교적 위계질서와 장유유서의 문화를 대변한다. 표준어 문법 체계 안에서 화자는 청자와의 관계를 명확히 규정하고, 그에 따라 존댓말을 쓸 것인지 반말을 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십시오체, 해요체, 하게체, 해라체 등으로 나뉘는 등급은 화자와..

방언의 감정 표현 차이 좋다 대신 사근사근하네의 어감과 촉각적 언어의 인류학

표준어가 놓친 감정의 미세 결을 되살리는 방언 어휘 ‘사근사근하다’를 중심으로, 촉각적 언어의 어원·의미·문화적 맥락을 인류학적으로 탐색하고, 감정의 해상도를 회복하는 언어적 가능성을 모색한다. 표준어의 평면성을 넘어서는 방언의 입체적 감각과 정서의 해상도 우리는 흔히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 정의하며, 이를 공식적인 소통의 도구이자 가장 세련된 언어 형태로 인식하도록 교육받아왔다. 표준어는 행정적 효율성과 정보 전달의 명확성을 위해 감정의 굴곡을 다림질하고 의미의 중의성을 제거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좋다, 싫다, 기쁘다, 슬프다와 같은 매우 범용적이고 추상적인 어휘들로 우리의 복잡다단한 내면을 퉁치는 언어생활에 익숙해져 버렸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경상도 할머니의 마는 왜 공격적으로 들릴까 담화적 기능 분석과 침묵의 경제학

경상도 할머니의 ‘마’, 왜 공격적으로 들릴까?담화적 기능과 문화적 맥락을 통해 풀어보는 츤데레 화법의 인문학적 해석 단음절의 미학 혹은 오해의 씨앗, 경상도 방언 마의 정체한국어의 방언 지도를 펼쳐보면 각 지역마다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과 정서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어휘들이 존재한다. 전라도의 거시기가 모호함 속에 끈끈한 유대감을 담아내는 관계의 언어라면, 충청도의 그려나 개 혀는 완곡함 속에 뼈 있는 진심을 숨기는 여백의 언어다. 그리고 여기, 경상도, 그중에서도 부산과 대구를 아우르는 영남 지역을 대표하는 단음절의 단어가 있다. 바로 마다. 경상도 토박이 할머니가 시장통에서, 혹은 밥상머리에서 무심하게 내뱉는 마!라는 소리는 타 지역 사람들에게, 특히 서울 표준어 화자들에게는 종종 당혹감이나 심지..

강릉 지역 방언의 조사 께서와 가의 교체 현상 태백산맥 너머의 독자적 문법 체계와 존비법의 재해석

강릉 방언은 태백산맥이 지킨 독자성 속에서 ‘께서’ 대신 ‘가(이가)’를 널리 쓰며, 서술어 중심 존대법과 친밀성의 사회언어학을 드러낸다. 태백산맥이 지켜낸 언어의 섬 강릉 방언의 지리적 고립성과 문법적 독자성 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펼쳐보면 강원도 영동 지방은 매우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에 속해 있지만, 언어학적으로는 서쪽의 영서 방언(경기 방언권)과 확연히 구분되며, 오히려 남쪽의 경상도 방언과 많은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독자적인 진화 과정을 거친 유성조 방언권에 속한다. 이러한 언어적 이질성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이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산줄기는 수천 년 동안 영서와 영동의 교류를 제한하는 자연적 장벽으로 작용했고, 덕분..

전북 군산 사투리에서만 발견되는 특수 조사 도잉의 기능과 미학 경계인의 언어가 빚어낸 공감의 접속사

전북 군산 사투리의 특수 조사 ‘도잉’금강 하구 점이지대가 낳은 도+잉의 혼종 형태, 비음·늘어짐의 억양 미학, 공감·공손·강조를 조절하는 화용 기능과 자유로운 분포(연결어미 결합), 소멸 위기와 구술·음성·영상 아카이빙 제언 금강이 빚어낸 점이지대의 언어와 군산이라는 지리적 특수성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행정 구역의 경계와 언어의 경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특히 큰 강이나 산맥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지역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언권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제3의 독특한 언어 생태계를 형성하곤 한다. 전라북도 군산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예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군산은 지리적으로는 전라북도에 속하지만, 강 하나만 건너면 충청남도 서천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함경도 방언에 침투한 식민의 기억 일본어 잔재의 어원학적 분석과 역사적 지층

함경도 방언 속 일본어 잔재병참기지화·공업화와 항만·철도·광산 접촉사, 생활어·노동어 변용과 성조 친연성, 혼종 문법, 문화어 정화 이후 잔존·소멸 위기, 탈북민 구술 아카이빙의 당위 총체 분석 병참기지화와 공업화의 그늘 함경도라는 공간적 특수성과 언어 접촉의 역사 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펼쳐놓고 볼 때 함경도 방언은 가장 북쪽에 위치한 변방의 언어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외래어 접촉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흔히 일제강점기의 언어적 잔재라고 하면 서울을 위시한 중부 지방이나 개항장이었던 부산, 인천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언어지리학적 관점과 역사적 맥락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함경도 지역이야말로 일본어 어휘가 가장 깊숙이, 그리고 가장 특수한 형태로 침투하여 토착 방언과 혼종을 일으킨 공간임..

강원도 방언의 특이한 시제 표현 오지게와 왔당게라의 쓰임새와 언어학적 진실

감자바위의 투박함 속에 숨겨진 정교한 시간의 문법한국의 방언 지형도에서 강원도 방언은 대중들에게 다소 평면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웰컴 투 동막골 식의 순박함이나, 말끝마다 드래요를 붙이는 억지스러운 말투가 강원도 사투리의 전부인 양 인식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백산맥의 험준한 준령과 동해의 거친 파도 사이에서 형성된 강원도 방언은, 그 지리적 환경만큼이나 독특하고 복합적인 문법 체계를 내장하고 있다. 특히 시간을 인식하고 서술하는 시제(Tense)와 동작의 양상을 표현하는 상(Aspect)의 영역에서 강원도 방언은 표준어나 타 지역 방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자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오지게라는 강렬한 부사적 표현과, 종종 혼용되거나 오해받기도 하는 왔당게라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