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 31

강릉 지역 방언의 조사 께서와 가의 교체 현상 태백산맥 너머의 독자적 문법 체계와 존비법의 재해석

강릉 방언은 태백산맥이 지킨 독자성 속에서 ‘께서’ 대신 ‘가(이가)’를 널리 쓰며, 서술어 중심 존대법과 친밀성의 사회언어학을 드러낸다. 태백산맥이 지켜낸 언어의 섬 강릉 방언의 지리적 고립성과 문법적 독자성 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펼쳐보면 강원도 영동 지방은 매우 독특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강원도에 속해 있지만, 언어학적으로는 서쪽의 영서 방언(경기 방언권)과 확연히 구분되며, 오히려 남쪽의 경상도 방언과 많은 특징을 공유하면서도 독자적인 진화 과정을 거친 유성조 방언권에 속한다. 이러한 언어적 이질성을 만들어낸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이다.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산줄기는 수천 년 동안 영서와 영동의 교류를 제한하는 자연적 장벽으로 작용했고, 덕분..

전북 군산 사투리에서만 발견되는 특수 조사 도잉의 기능과 미학 경계인의 언어가 빚어낸 공감의 접속사

전북 군산 사투리의 특수 조사 ‘도잉’금강 하구 점이지대가 낳은 도+잉의 혼종 형태, 비음·늘어짐의 억양 미학, 공감·공손·강조를 조절하는 화용 기능과 자유로운 분포(연결어미 결합), 소멸 위기와 구술·음성·영상 아카이빙 제언 금강이 빚어낸 점이지대의 언어와 군산이라는 지리적 특수성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행정 구역의 경계와 언어의 경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특히 큰 강이나 산맥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지역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언권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제3의 독특한 언어 생태계를 형성하곤 한다. 전라북도 군산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예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군산은 지리적으로는 전라북도에 속하지만, 강 하나만 건너면 충청남도 서천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함경도 방언에 침투한 식민의 기억 일본어 잔재의 어원학적 분석과 역사적 지층

함경도 방언 속 일본어 잔재병참기지화·공업화와 항만·철도·광산 접촉사, 생활어·노동어 변용과 성조 친연성, 혼종 문법, 문화어 정화 이후 잔존·소멸 위기, 탈북민 구술 아카이빙의 당위 총체 분석 병참기지화와 공업화의 그늘 함경도라는 공간적 특수성과 언어 접촉의 역사 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펼쳐놓고 볼 때 함경도 방언은 가장 북쪽에 위치한 변방의 언어이자, 역사적으로 가장 역동적인 외래어 접촉의 현장이었다. 우리는 흔히 일제강점기의 언어적 잔재라고 하면 서울을 위시한 중부 지방이나 개항장이었던 부산, 인천 등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언어지리학적 관점과 역사적 맥락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함경도 지역이야말로 일본어 어휘가 가장 깊숙이, 그리고 가장 특수한 형태로 침투하여 토착 방언과 혼종을 일으킨 공간임..

강원도 방언의 특이한 시제 표현 오지게와 왔당게라의 쓰임새와 언어학적 진실

감자바위의 투박함 속에 숨겨진 정교한 시간의 문법한국의 방언 지형도에서 강원도 방언은 대중들에게 다소 평면적인 이미지로 소비되는 경향이 있다. 미디어가 만들어낸 웰컴 투 동막골 식의 순박함이나, 말끝마다 드래요를 붙이는 억지스러운 말투가 강원도 사투리의 전부인 양 인식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태백산맥의 험준한 준령과 동해의 거친 파도 사이에서 형성된 강원도 방언은, 그 지리적 환경만큼이나 독특하고 복합적인 문법 체계를 내장하고 있다. 특히 시간을 인식하고 서술하는 시제(Tense)와 동작의 양상을 표현하는 상(Aspect)의 영역에서 강원도 방언은 표준어나 타 지역 방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독자적인 특징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오지게라는 강렬한 부사적 표현과, 종종 혼용되거나 오해받기도 하는 왔당게라와..

전라도 사투리 허벌나게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과장과 한이 빚어낸 언어의 폭발력

전라도 사투리 ‘허벌나게’는 표준어의 밋밋함을 거스르는 감각적 과잉의 상징으로,‘헐다·허벌창’에서 유래해 ‘-나다/-게’ 조어로 의미가 표백·확장됐으며,전라도의 한을 흥으로 전환하는 문화적 에너지를 품은 현재진행형 언어다. 1. 표준어의 밋밋함에 저항하는 전라도 방언의 감각적 과잉과 그 언어학적 위상한국어의 표준어 체계는 효율성과 명료함을 지향하며 발전해 왔다. 매우, 아주, 몹시와 같은 표준어의 정도 부사들은 대상을 수식하는 기능에는 충실하지만, 화자가 느끼는 감정의 격랑이나 육체적인 감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를 가진다. 이러한 표준어의 정서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 바로 지역 방언의 역할이며, 그중에서도 전라도 방언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감각적 어휘력과 표현의 강도를 자랑한다. 그 대..

방언 속에 숨은 미신: 제주 ‘귓불이 따갑다’의 문화적 의미

제주 ‘귓불이 따갑다’바람의 섬이 보존한 주술 언어신체화된 인지와 공감주술, 무속 금기·공동체 통제 메커니즘으로 말의 물리력·소문 생태를 해부하고, 현대의 언어 윤리·보존 의의를 성찰하다 방언 속에 숨은 미신과 언어의 주술성 제주 방언 '귓불이 따갑다'의 인류학적 및 언어학적 심층 분석 언어는 세계를 해석하는 주술적 도구이자 신화의 저장소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의사소통을 위한 정보 교환의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집단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투명한 창이자, 그들의 무의식 깊은 곳에 자리 잡은 공포와 소망을 담아내는 거대한 신화의 저장소다. 특히 현대 과학이 지배하기 이전,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서 나약할 수밖에 없었던 인간에게 언어는..

맛을 표현하는 방언 형용사의 미시사 배지근하다부터 개미지다까지

‘맛있다’의 획일을 넘어제주 ‘배지근하다’, 전라 ‘개미지다’, 경상 ‘깔쌈하다’, 충청 ‘슴슴하다’로 읽는 방언 미각어 미시사표준화가 지운 감각을 복원하고 언어와 미각의 상호작용을 드러내다미각의 빈곤과 표준어의 독재 속에서 잃어버린 맛의 지도를 찾아서인간이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은 언어라는 필터에 의해 결정된다. 우리가 무지개를 일곱 가지 색으로 인지하는 것은 우리 언어가 그것을 일곱 가지 단어로 분절해 놓았기 때문이다. 미각의 세계 또한 마찬가지다. 혀끝에 닿는 감각은 수천수만 가지의 미세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하지만, 현대 한국 사회에서 이 풍요로운 감각의 제국은 맛있다라는 단 하나의 거대하고 납작한 단어에 의해 정복당하고 말았다. 텔레비전의 먹방 프로그램이나 유튜브의 맛집 리뷰를 보면, 음식을 표현하는..

방언 속에 남아있는 고어의 흔적 뫼와 가람의 생존 신고 그리고 문학적 승화

뫼·가람의 귀환방언·지명 속 고어의 생존과 김유정·백석이 빚은 문학적 승화, 그리고 기록의 당위표준어가 지운 고어 ‘뫼·가람’이 방언·지명·문법 화석에 살아 있음.김유정·백석이 이를 미학으로 승화.사라지는 어휘를 디지털 아카이빙해 한국어의 뿌리·다양성 회복을 제안. 언어의 지층학 표준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은 고어의 섬들언어는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아서 끊임없이 생성되고 변화하며 소멸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중심부의 권력과 문화다. 한국어의 역사에서 한양, 즉 지금의 서울을 중심으로 한 표준어는 효율성과 표준화라는 명목 아래 수많은 토박이말들을 주변부로 밀어내거나 삼켜버렸다. 특히 한자어의 유입과 근대화 과정은 순우리말 어휘가 설 자리를 급격히 축소시켰다. 산이라는 한자어가..

한국어 방언의 친족 호칭어 분화 연구: ‘아재’부터 ‘삼촌’까지, 혈연의 지도를 그리는 언어학적 탐사

‘아재’부터 ‘삼춘’까지방언 친족 호칭으로 읽는 혈연의 지도지리·유교 위계가 빚은 의미 확장과 중세어 잔존, 핵가족화로 인한 소멸 위기와 아카이빙의 당위 언어의 지층 속에 각인된 핏줄의 역사와 관계의 기하학인간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은 엄마와 아빠다. 이것은 생존을 위한 본능적인 외침이자 타인과 맺는 최초의 사회적 계약이다.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인식해야 할 세계는 단순히 부모와 자식이라는 수직적 관계에 머물지 않는다. 나를 둘러싼 수많은 혈연관계, 즉 친족이라는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 속에서 자신의 좌표를 확인하고 그에 합당한 이름을 불러야만 비로소 한 명의 온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한국어, 그중에서도 각 지역의 방언에 남아 있는 친족 호칭어는 단순히 가족을 부르는 명칭의 나열..

북한이탈주민의 언어 적응과 남북한 언어의 의미론적 분화: 분단의 장벽보다 높은 마음의 장벽

남북은 같은 말을 다르게 쓴다.북한이탈주민의 언어 적응과 의미 충돌 지도‘동무·일 없다·바쁘다’의 엇갈린 뜻, 영어 남용 vs 문화어, 방언 말살의 결과를 분석하고 소통 실패를 줄일 언어 감수성·교육·『겨레말큰사전』의 필요를 제안한다.서론: 휴전선은 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언어적 이질화의 현주소.1953년 정전 협정 이후 7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다. 강산이 일곱 번 변하는 동안,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휴전선(DMZ)은 물리적인 철조망을 넘어 사람들의 혀와 뇌 속에 더 견고한 장벽을 세웠다. 바로 ‘언어의 장벽’이다. 우리는 막연히 “남과 북은 같은 말을 쓰는 한민족”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대한민국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들이 마주하는 첫 번째 좌절은 바로 이 ‘말’에서 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