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도시 안동의 말투 ‘-것다’와 표준어 ‘-겠다’의 다른 권위적 단정·근거 기반 추론, 내면 의지의 독백 기능, 성조와 결합한 운용을 보자. 지역 위계·괸당 문화가 빚은 문법의 미학과 보존이 필요하다.
1. 서론: 안동 방언의 위상과 ‘-것다’에 담긴 선비 정신의 언어적 발현
경상북도 안동은 한국 정신문화의 수도라 불리며, 유교적 전통과 양반 문화가 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짙게 남아있는 지역이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안동 방언이라는 언어적 그릇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안동 방언은 단순히 표준어와 다른 억양이나 어휘를 사용하는 차원을 넘어, 화자의 사회적 지위, 청자에 대한 태도, 그리고 사물을 대하는 관조적 시선을 문법적 장치를 통해 정교하게 드러낸다. 그중에서도 종결어미 ‘-것다’는 안동 지역의 노년층, 특히 남성 화자들 사이에서 빈번하게 관찰되는 독특한 형상으로, 표준어의 ‘-겠다’와는 확연히 다른 문법적, 정서적 기능을 수행한다.
일반적으로 방언 연구에서 어휘나 음운의 차이는 자주 조명되지만, ‘-것다’와 같은 문법 형태소(Morpheme)가 가지는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는 간과되기 쉽다. 안동 방언에서의 ‘-것다’는 단순한 미래 시제나 추측을 나타내는 기능을 넘어선다. 이는 화자가 상황을 통제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권위의 표지이자, 복잡한 세상사를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관조의 미학이 반영된 언어적 장치다. 안동의 언어 생태계에서 ‘-것다’는 중세 국어의 흔적을 간직한 화석인 동시에, 여전히 살아 숨 쉬며 화자의 의도를 전달하는 강력한 소통 도구이다.
이 글에서는 안동 방언의 종결어미 ‘-것다’가 문장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 그 통사적 구조를 분석하고, 이것이 담고 있는 화용론적 의미인 ‘단정적 추측’과 ‘자기 다짐’의 기능을 심층적으로 해부하고자 한다. 나아가 이 어미가 안동이라는 특수한 지역 사회에서 어떻게 사회적 위계와 괸당(친족) 문화를 반영하는지 고찰함으로써, 사라져가는 방언의 문법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는 단순한 사투리 연구가 아니라, 언어라는 프리즘을 통해 한 지역의 정신사를 들여다보는 인문학적 탐구가 될 것이다.
2. 통사적 구조와 형태론적 기원: 중세 국어와의 연결 고리 및 표준어와의 차별성
안동 방언의 ‘-것다’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형태론적 기원과 통사적 결합 양상을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표면적으로 ‘-것다’는 표준어의 선어말어미 ‘-겠-’과 평서형 종결어미 ‘-다’가 결합한 ‘-겠다’와 유사해 보인다. 하지만 안동 방언에서 실현되는 소리값은 [걷따] 혹은 [낟따/니따]와 결합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뿌리는 중세 국어의 선어말어미 ‘-거/어-’와 확인법의 선어말어미 ‘-돗/옷-’ 등의 복합적인 융합 과정과 맞닿아 있다. 특히 15세기 문헌인 『월인석보』나 『석보상절』 등에서 나타나는 ‘-거-’ 계열의 어미들이 안동 방언에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잔존해 있다는 점이 학계의 정설이다.
표준어에서 ‘-겠다’는 “비가 오겠다(추측)” 혹은 “내가 하겠다(의지)”와 같이 추측이나 의지를 나타낼 때 폭넓게 사용된다. 반면 안동 방언의 ‘-것다’는 결합하는 선행 어미나 문맥에 따라 그 쓰임이 훨씬 제한적이고 구체적이다. 안동 방언에서 ‘-것다’는 주로 동사나 형용사의 어간 뒤에 직접 붙기보다는, 과거 시제나 완료상을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았/었-’ 뒤에 붙거나, 혹은 현재의 상태를 확인하는 맥락에서 독특한 억양(Pitch Accent)과 함께 사용된다. 예를 들어, 표준어의 “그랬겠구나”에 해당하는 안동 말은 “그래 댔것다” 혹은 “그쿠것다”와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데, 여기서 ‘-것다’는 단순한 추측을 넘어 ‘상황에 대한 확정적 인지’를 내포한다.
또한 음운론적으로 안동 방언은 성조(Tone)가 살아있는 언어이다. ‘-것다’가 문미에 올 때의 성조 패턴은 평서문임에도 불구하고 끝이 툭 떨어지지 않고 미묘하게 유지되거나, 화자의 확신 정도에 따라 강세가 달라진다. 이는 문법적 형태소가 억양이라는 초분절 음소(Suprasegmental Phoneme)와 결합하여 의미를 분화시키는 고도의 언어적 매커니즘을 보여준다. 즉, 안동 사람들에게 ‘-것다’는 단순한 글자가 아니라, 특정한 소리의 높낮이와 결합했을 때 비로소 그 기능을 발휘하는 입체적인 언어 기호인 것이다. 표준어의 ‘-겠다’가 기능적이고 건조한 시제 표지라면, 안동의 ‘-것다’는 화자의 정서적 태도(Modality)가 짙게 밴 양태적 표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론적 보수성은 안동이 지리적으로 소백산맥과 낙동강으로 둘러싸여 외부와의 교류가 제한적이었던 점, 그리고 변화보다는 전통을 중시하는 유림(儒林) 세력의 영향력이 언어 습관에도 깊이 침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언어는 사회의 거울이기에, 옛 형태를 고수하려는 안동의 사회적 분위기가 문법소 ‘-것다’를 21세기까지 생존시킨 원동력인 셈이다.
3. 의미론적 기능 I: 증거성에 기반한 ‘권위적 추측’과 ‘단정’
‘-것다’의 가장 핵심적인 의미론적 기능은 ‘추측’이다. 그러나 이는 표준어의 막연한 추측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언어학에서는 이를 증거성(Evidentiality)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증거성이란 화자가 자신이 말하는 정보의 출처나 근거를 문법적으로 표시하는 범주를 말한다. 안동 방언의 ‘-것다’는 화자가 직접 경험했거나, 확실한 정황 증거를 포착했을 때 내리는 ‘귀납적 결론’에 가깝다. 즉, “아마 그럴 것이다”라는 유보적인 태도가 아니라, “상황을 보니 그렇게 된 것이 틀림없다”라는 화자의 확신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안동의 한 노인이 텅 빈 쌀독을 보고 “쌀이 다 떨어짔것다”라고 말할 때, 이는 쌀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아니다. 이미 쌀독 바닥이 보인다는 시각적 증거(Visual Evidence)를 바탕으로, ‘쌀이 없음’이라는 사태를 확정 짓는 발화다. 여기서 ‘-것다’는 청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의문형이 아니라, 화자가 자신의 판단이 옳음을 선언하는 선언적 기능을 수행한다.
안동에 사는 친구네 집에 놀러갔을 때, 친구의 아이가 한참을 울고 있었다. 친구가 자가 배가 고파가 우는것다. 밥 먼저 퍼라.” 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화자는 울음의 강도·시간·식사 간격 같은 감각적 근거를 즉시 종합해 원인을 단정한다. 표준어의 “배가 고픈가 보다”보다 훨씬 강한 권위적 단정체가 실현되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단정형 추측은 한국어의 지역 방언 중에서도 특히 경상북도 내륙 지역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으로, 구체적 증거에 기반한 강한 확신을 내포하는 표현이 발달해 있는 구조다. 특히 박진호(2017)는 안동 및 예천 지역 방언의 ‘-것다’가 단순한 양태(態) 표현이 아닌, 상황 판단에 근거한 권위적 단정적 진술을 가능하게 하는 종결형으로 기능한다고 분석하였다¹. 이는 해당 어미가 단순히 미래 시제나 가능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화자의 경험과 지위, 상황 판단 능력을 문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언어학적 의미가 깊다.
또한, 20세기 중반 수집된 구술 자료에서도 안동 지역 어르신들이 가족 혹은 하위 연령 화자에게 일상적 상황을 설명하거나 훈계할 때 ‘-것다’를 빈번하게 사용한 예가 다수 확인되며, 이는 발화자의 사회적 권위를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문법적 표현 방식이라는 해석을 뒷받침한다². 다시 말해, ‘-것다’는 일종의 권위적 단정체로 기능하며, 듣는 사람에게 논박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어조를 만들어낸다.
타인의 심리나 행동의 원인을 분석할 때도 이 어미는 자주 등장한다. “자(저 아이)가 배가 고파가 우는것다”라는 문장을 보자. 이는 아이가 우는 현상을 보고, 그 원인이 배고픔에 있음을 화자가 직관적으로 통찰하여 결론 내린 것이다. 표준어라면 “우는 걸 보니 배가 고픈가 보다”라고 완곡하게 표현하겠지만, 안동 방언 화자는 ‘-것다’를 통해 자신의 추론 과정에 논리적 비약이 없음을, 그리고 자신의 연륜으로 볼 때 이것이 명백한 사실임을 드러낸다.
결과적으로 ‘-것다’는 단순한 미래나 추측이 아닌, ‘현재 확인된 사실에 대한 권위적 단정’ 혹은 ‘근거 있는 인과관계의 규명’이라고 정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어미는 판단력과 연륜, 경험이라는 비가시적 가치들을 언어적으로 가시화하며, 청자에게는 묵직한 신뢰감을, 화자에게는 판단자로서의 위치를 부여한다.
이러한 단정적 화법은 안동 사람들의 대화 스타일인 ‘무뚝뚝함’ 혹은 ‘점잖음’을 형성하는 데 일조한다. 불필요한 수식어나 감탄사를 배제하고, 사태의 본질만을 딱 잘라 말하는 ‘-것다’의 화법은, 겉으로는 투박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깊은 사고와 관찰을 거친 결과물이다. 이것이 바로 안동 방언이 가진 ‘무게감’의 실체이며, 가벼운 언어가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 방언이 갖는 차별화된 매력이라 할 수 있다.
¹ 박진호(2017). 「경북 내륙 지역 방언의 단정표현에 대한 연구 – '것다'를 중심으로」. 『한국어문학연구』 제68집, pp. 101-125.
² 김옥선(2012). 『한국 구술자료를 통해 본 경북 방언의 어미 사용 실태』. 한국민속언어자료총서,. 국립국어원.
4. 의미론적 기능 II : 성찰적 독백과 비가시적 의지의 표명
‘-것다’의 또 다른 흥미로운 기능은 대화 상대가 없는 상황, 혹은 상대가 있더라도 화자 자신을 향해 말하는 ‘독백(Monologue)적 용법’에서 발견된다. 이는 화자가 자신의 내면을 살피거나, 앞으로의 행동 방향을 스스로 정리할 때 사용된다. 표준어의 혼잣말 어미인 ‘-구나’, ‘-네’가 감탄이나 발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안동 방언의 ‘-것다’는 ‘상황 정리’와 ‘수용(Acceptance)’의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이는 고된 농사일이나 복잡한 집안 대소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마음을 다잡으려는 심리 기제가 언어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령, 힘든 밭일을 마치고 마루에 걸터앉으며 “이제 좀 쉬야것다”라고 말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자. 이는 누군가에게 “나 쉴 거야”라고 통보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피로한 신체 상태를 인지하고, ‘휴식’이라는 다음 행동 단계로 넘어가겠다는 ‘내적 의지의 확인’이다. 여기서의 의지는 타인을 향해 표출되는 강력한 선언(Volition)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섭리나 신체의 리듬에 순응하겠다는 ‘관조적 의지’에 가깝다. “날이 저무이(저무니) 이제 드가야(들어가야) 것다”와 같은 표현에서도, 해가 지는 자연 현상에 맞서지 않고 순리대로 귀가하겠다는 안동 사람들의 유교적 자연관이 엿보인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단지 언어적 특성이 아니라, 지역 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인생관과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안동은 조선시대 유교 양반 문화를 가장 고스란히 유지한 지역 중 하나로, 개인의 감정보다 도리와 예절, 절제와 순응을 강조해왔다. 김영식(2009)은 한국의 유교적 사유 체계가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는 내면화하고 숙고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으며, 이는 지방 양반층의 언어 구조에서도 감지된다고 분석하였다¹. 특히 안동처럼 공동체 중심 질서가 강했던 지역에서는, 개인의 감정이나 욕망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기보다 ‘혼잣말’ 형태로 우회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짙었고, ‘-것다’는 이러한 내면 독백의 언어화된 형식 중 하나로 기능한다.
또한 ‘-것다’는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며 스스로 평가를 내릴 때도 쓰인다. “그때는 내가 참 어리석었것다”와 같은 독백은 과거의 자신을 타자화(Objectification)하여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이는 후회나 한탄을 넘어선, 인생의 한 페이지를 정리하고 매듭짓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안동 방언의 ‘-것다’는 화자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심리적 작용, 판단, 결심, 회한, 수용 등 을 간결한 형태로 응축해내는 고도의 형이상학적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독백적 기능은 안동의 선비 문화, 즉 ‘신독(愼獨)’의 정신과도 맥을 같이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내뱉는 나직한 읊조림. 그것이 바로 ‘-것다’가 가진 내밀한 언어적 층위이다.
장영란(2013)은 경북 북부 지역 어르신들의 독백형 언어 사용이 단순한 회상이나 감탄이 아닌, ‘자기 성찰과 의지 강화의 도구’로 기능한다고 설명하며, 특히 안동 방언의 ‘-것다’가 내면 윤리와 연결된 표현 장치임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².
따라서 이 어미를 연구하는 것은 단지 방언 문법의 보존을 넘어서, 한 지역의 심리적·정신적 구조를 언어를 통해 탐구하는 인문학적 시도와도 연결된다. 안동 사람들의 침묵, 절제, 자기 통제는 단어 하나에서도 드러나며, ‘-것다’는 그 중 가장 밀도 높은 언어적 결정체라 할 수 있다.
¹ 김영식(2009), 『한국인의 유교적 정체성과 언어표현의 내면화』, 한국문화사.
² 장영란(2013), 「경북 북부 지역 노년층의 독백형 화법에 대한 사회언어학적 분석」, 『국어와 국문학』 제160호, pp. 211-239.

5. 화용론적 고찰 및 결론: 권력 관계와 언어의 소멸, 그리고 보존의 당위성
마지막으로 ‘-것다’가 사용되는 사회적 맥락, 즉 화용론적(Pragmatic) 측면을 살펴보면, 이 어미가 철저히 ‘어른의 언어’임을 알 수 있다. 안동 사회에서 ‘-것다’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화자는 대부분 60대 이상의 남성, 그중에서도 집안 내에서 발언권이 있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어린아이나 젊은 층, 혹은 며느리와 같은 하위 위계의 화자가 ‘-것다’를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사용하더라도 어색하게 들리거나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는 ‘-것다’가 단순한 문법소가 아니라, 사회적 권위(Authority)와 연륜(Wisdom)을 상징하는 지표(Indexicality)로 기능함을 의미한다.
‘-것다’를 사용한다는 것은 화자가 해당 상황을 판단하고 정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따라서 이 말투는 청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동시에, 거역하기 힘든 위엄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러한 위계적 성격은 현대 사회의 평등주의적 가치관과 충돌하며, 젊은 세대가 이 어미를 기피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표준어의 확산과 핵가족화, 그리고 수직적 소통 구조의 붕괴는 ‘-것다’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현재 안동의 젊은 세대는 표준어의 ‘-겠다’나 ‘-을 것이다’를 주로 사용하며, ‘-것다’가 가진 그 특유의 단정적이고 묵직한 맛은 점차 희석되고 있다.
언어의 소멸은 단순히 단어 몇 개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언어가 담고 있던 세계관과 사유 방식의 소멸을 뜻한다. ‘-것다’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사물을 관조적으로 바라보고 신중하게 판단하며, 스스로의 의지를 조용히 다지는 안동 특유의 정신적 태도를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표준어의 효율성과 명확성도 중요하지만, 지역 방언 속에 숨겨진 이러한 미세한 정서적 결을 보존하고 기록하는 일은 인문학적으로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결론적으로, 경상북도 안동 방언의 종결어미 ‘-것다’는 단순한 사투리의 파편이 아니다. 그것은 중세 국어의 유산을 품은 역사적 증거이며,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려는 증거성의 표지이고, 홀로 자신을 수양하는 선비의 독백이며,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해 온 어른의 권위다. 이 작은 어미 하나에 담긴 문법적, 의미론적, 화용론적 깊이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언어의 품격’과 ‘로컬의 가치’를 되찾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AI와 디지털의 시대,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지역적인 언어 유산인 ‘-것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은 그래서 더욱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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