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의 소유욕

디지털 자산, ‘잃어버릴 수 없다’는 착각의 위험성

info-7713 2025. 5. 18. 11:48

‘잃어버릴 수 없다’는 믿음이 부른 디지털 자산의 허상

디지털 자산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현대 사회에서 실제 자산만큼이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암호화폐, NFT, 게임 아이템, 온라인 은행 계좌, 클라우드 스토리지에 저장된 사진과 문서까지, 이 모두가 디지털 자산으로 분류된다.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디지털 자산이 물리적인 형태가 없기 때문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고 착각한다. ‘클라우드에 있으니 안전하다’, ‘블록체인이 있으니 영원히 내 것이다’라는 생각은 매우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는 심각한 오해에서 비롯된 신념일 뿐이다. 디지털 자산도 충분히 잃어버릴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회복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특히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화하고 있는 지금, 이러한 잘못된 믿음은 큰 재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자산이 ‘절대 잃어버릴 수 없다’는 착각이 얼마나 위험한지, 실제 사례와 기술적 원인, 예방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디지털 자산이 실제로 사라지는 주요 사례들

디지털 자산이 사라지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암호화폐 지갑의 키 분실이다. 비트코인을 예로 들면, 개인 키는 해당 자산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며, 이 키를 잃어버리면 누구도 자산에 접근할 수 없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약 370만 개 이상의 비트코인이 키 분실로 인해 영구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로 남아있다. 이들 자산은 기술적으로는 블록체인 상에 존재하지만, 인간이 접근할 수 없으므로 사실상 소멸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가 예고 없이 종료되거나, 계정이 해킹되어 데이터가 삭제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사용자는 자동 로그인 기능만 믿고 계정 정보를 따로 기록하지 않다가, 휴대폰을 분실하거나 앱에서 로그아웃되었을 때 큰 낭패를 본다. 또한 NFT나 디지털 아트워크 역시 해당 자산을 호스팅하는 서버가 중단되면 링크만 남고 실제 콘텐츠는 사라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사례는 사용자가 ‘디지털 자산은 영원하다’는 착각에 빠졌기 때문에 발생한 피해라고 볼 수 있다.

 

 

디지털 자산, ‘잃어버릴 수 없다’는 착각의 위험성

 

디지털 자산의 구조적 불완전성과 기술적 한계

디지털 자산이 가진 기술적 구조 자체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의 핵심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분산성과 불변성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복구 불가능성'이라는 이면을 가진다. 종이 통장을 잃어버리면 은행에서 재발급을 받을 수 있지만, 암호화폐의 개인 키를 분실하면 어떤 기관도 복구를 도와줄 수 없다. 블록체인은 ‘중앙 기관 없음’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이로 인해 실질적인 책임 주체도 사라진다.

또한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은 서비스 제공자의 서버나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구입한 온라인 게임의 아이템은 게임 서버가 존재하는 한에서만 ‘자산’으로 기능한다. 해당 게임이 서비스 종료를 선언하면 그 모든 자산은 하루아침에 무의미해진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은 외부 의존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든지 ‘삭제’되거나 ‘소멸’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적 문제는 기술에 대한 과신과 연결된다. 사용자는 ‘기술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기술이 문제 해결보다 더 많은 리스크를 내포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일반 사용자들은 기술의 복잡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자산을 맡기기 때문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자신이 왜 손해를 보았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잃어버림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예방책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 스스로가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백업이다. 개인 키, 계정 비밀번호, 복구 코드 등을 종이에 기록하거나 오프라인 저장 장치에 보관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 저장소도 중요한 데이터의 경우 이중 백업을 해야 하며, 반드시 주기적으로 접근성 테스트를 해봐야 한다.

두 번째는 ‘분산 보관’ 전략이다. 모든 자산을 하나의 플랫폼이나 계정에 집중시키는 것은 위험하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를 하나의 거래소에만 보관하기보다는 하드월렛, 소프트월렛, 여러 거래소에 분산해 저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면 특정 플랫폼의 문제로 인한 전체 자산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자산은 본인만 접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본인이 사망하거나 사고를 당했을 경우를 대비해 신뢰할 수 있는 가족이나 법률 대리인에게 접근 방법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테면 유언장에 개인 키를 남기거나, 신뢰할 수 있는 제3자에게 일정 조건하에 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실천은 다소 번거로울 수 있지만, 디지털 자산이 더 이상 단순한 ‘가상 재화’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지닌 ‘진짜 자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감수할 만한 조치다.

 

 

 

 

영원한 자산은 없다, 스스로가 최종 보안이다

디지털 자산은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점점 더 많은 재산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러한 자산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환상 속에 살고 있다. 이는 물리적 자산보다 훨씬 더 쉽게, 그리고 더 영구적으로 잃어버릴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자산이라는 사실을 망각한 데서 비롯된 착각이다.

기술은 완벽하지 않으며, 인간의 실수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시스템은 다운되고, 서버는 종료되며, 개인 키는 분실될 수 있다. 아무리 정교한 보안 기술을 탑재한 자산이라 하더라도, 그 열쇠를 쥔 사용자의 준비가 미흡하다면 결국 아무 소용이 없다.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기술이 아니라, 스스로가 끝까지 책임을 지는 자세다. 결국 디지털 세상에서도, 자산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는 인간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