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의 소유욕

디지털 소유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지려 하는가?

info-7713 2025. 5. 7. 19:29

‘가진다’는 감정은 이제 물건을 넘어서고 있다

사람들이 소유에 대해 갖는 감정은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예전에는 토지, 건물, 자동차처럼 손에 잡히는 자산이 곧 소유의 기준이었지만, 지금은 전혀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디지털 자산에 점점 더 강하게 끌리고 있다.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한 장,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아바타, 디지털 지갑 속의 토큰 등은 더 이상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사람들은 이 비물질적 대상들을 ‘나의 것’이라 느끼고, 심지어 그것을 통해 자신을 설명하려 한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의 발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의 욕망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적 관계 맺는 방식까지 아우르는 근본적인 전환이라 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시대의 소유 개념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살펴보고, 우리가 실제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를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시선으로 조명하려 한다. 이제 소유는 단순히 소지하는 행위가 아니라, 삶의 방향과 가치를 반영하는 문화적 선택이 되고 있다. 인간은 디지털을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고 있다.

 

 

디지털 소유의 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지려 하는가?

 

실체 없는 자산이 ‘내 것’이 되는 과정

사람들이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려는 이유는 물리적 실체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자산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서 파일 하나라도 클라우드에서 접근 가능하고,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본인에게 있다면, 그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감각이 생긴다.

예를 들어, NFT는 복제할 수 없는 고유성 덕분에 사용자들에게 강한 소유감을 부여한다. 누군가 블록체인에 등록된 디지털 그림 파일 하나를 가질 수 있다면, 그것은 단지 그림이 아니라, 유일한 ‘나의 디지털 자산’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소유는 더 이상 물건의 점유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유의 기준은 ‘누가 통제할 수 있느냐’와 ‘그 자산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느냐’로 바뀌고 있다. 물리적으로 소유하지 않아도, 사용성과 배타성이 확보된다면 사람들은 충분히 그것을 자기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디지털 자산은 보관 비용이 들지 않으며, 공간의 제약도 없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부담 없이 ‘가지고 있다’는 감정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은 왜 디지털 자산에 애착을 느끼는가

사람들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소유하고자 한다. 예전에는 명품 가방이나 자동차처럼 외부에 드러낼 수 있는 물건이 그 역할을 했다면, 오늘날에는 디지털 자산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개인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여행 사진, 유튜브에 올린 영상, 자신이 꾸민 가상의 공간은 모두 사회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된다. 사람들은 ‘내가 만든 것’, ‘내가 경험한 것’을 통해 자신을 규정하고, 그 결과 디지털 자산에 강한 감정적 소유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감정은 단순한 사용의 범위를 넘어서 창작과 기여에 대한 자부심으로까지 이어진다. 누군가 자신이 제작한 영상이나 이미지, 게임 내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는 이유는 그 속에 시간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곧 개인의 삶이고, 추억이며, 그 사람의 일부다.

또한 사람들은 공동체 속에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디지털 자산은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보여주는 ‘좋아요’나 댓글, 공유 횟수는 곧 자산의 사회적 가치가 되며, 그것을 가진 사람은 자연스럽게 소속감을 느낀다. 디지털 소유는 결국 사회적 인정 욕구와 정체성 욕구가 맞닿은 지점에서 강화된다.

 

 

 

 

‘진짜 소유’는 법이 아닌 감정에서 나온다

기존의 소유 개념은 법적인 문서나 등기, 혹은 실물 점유를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디지털 자산은 그 경계를 흐리고 있다.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구독 중인 채널을 통해 수십 시간의 콘텐츠를 소비하지만, 그 어떤 것도 실제로 ‘소유’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사용하고, 즐기고, 심지어 애착을 느끼는 디지털 콘텐츠를 우리는 ‘내 것’이라 할 수 있을까? 많은 경우 사람들은 소유권 문서가 없더라도 그것을 자기 것처럼 여긴다. 왜냐하면 사용 경험, 정서적 교류, 그리고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은 관계가 그것을 ‘소유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NFT 같은 자산은 법적 소유권을 명확히 해주지만, 그것이 반드시 ‘내 것’이라는 심리적 확신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반면 매일 접속해 관리하는 블로그, 꾸준히 작성한 노트,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은 법적 권리가 없더라도 훨씬 더 깊은 소유감을 준다.

따라서 우리는 ‘내 것’의 기준을 법적 권리가 아닌, 얼마나 깊은 정서적 연결이 존재하는지로 판단하게 된다. 앞으로의 소유 개념은 점점 더 심리적 관계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며,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이 현상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무엇을 ‘가지고 싶어’ 하는가

사람들이 디지털 자산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은 단순히 새로운 기술에 대한 흥미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는 존재를 증명하고자 하는 깊은 감정이 깔려 있다. 사람들은 온라인 공간에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그것을 통해 사회 속 자신만의 위치를 만들고자 한다.

메타버스 아바타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거나, 블로그에 수십 개의 글을 축적하는 행위는 결국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고 공유되며,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이다.

이처럼 디지털 자산은 더 이상 ‘파일’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 경험, 감정, 그리고 관계를 품고 있는 살아 있는 기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것을 절대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미래에는 무엇을 갖느냐보다, 어떤 감정을 나누고 어떤 경험을 축적하느냐가 더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가시적인 물건보다, 보이지 않는 연결과 내면적 만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은 그 중심에서 인간의 새로운 욕망을 비추는 거울이 되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