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군산 사투리에서만 발견되는 특수 조사 도잉의 기능과 미학 경계인의 언어가 빚어낸 공감의 접속사
전북 군산 사투리의 특수 조사 ‘도잉’
금강 하구 점이지대가 낳은 도+잉의 혼종 형태, 비음·늘어짐의 억양 미학, 공감·공손·강조를 조절하는 화용 기능과 자유로운 분포(연결어미 결합), 소멸 위기와 구술·음성·영상 아카이빙 제언
금강이 빚어낸 점이지대의 언어와 군산이라는 지리적 특수성
한반도의 언어 지도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행정 구역의 경계와 언어의 경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알게 된다. 특히 큰 강이나 산맥을 사이에 두고 인접한 지역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방언권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제3의 독특한 언어 생태계를 형성하곤 한다. 전라북도 군산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예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군산은 지리적으로는 전라북도에 속하지만, 강 하나만 건너면 충청남도 서천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는 군산 방언을 단순히 전라도 사투리의 하위 범주로 규정짓기 어렵게 만든다. 군산의 말에는 전라도 특유의 구성진 억양과 어휘가 기본 뼈대를 이루고 있으면서도, 충청도 방언의 특징인 느릿한 템포와 완곡한 화법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언어학적으로 이를 방언의 점이지대 혹은 전이 지대라고 부르는데, 군산 방언은 이 점이지대의 특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혼종적인 언어 토양 위에서 군산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매우 독특하고도 미묘한 문법적 표지가 탄생했다. 바로 특수 보조사 도잉이다. 표준어 화자나 타 지역 사람들에게는 그저 말끝을 흐리는 소리처럼 들릴지 모르나, 군산 토박이들의 대화 속에서 도잉은 문장의 맛을 결정하고 화자의 숨겨진 의도를 전달하는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나도잉(나도), 밥도잉(밥도), 그래도잉(그래도)과 같이 체언이나 부사 뒤에 붙어 쓰이는 이 조사는, 표준어의 보조사 도(also/even)와는 질적으로 다른 정서적 층위를 가진다. 이것은 단순한 첨가나 강조의 의미를 넘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부드럽게 전달하려는 고도의 화용론적 전략이 숨어 있는 언어적 장치다.
본고는 전라도와 충청도의 접경지대인 군산에서 발달한 이 특수 조사 도잉의 형태론적 구조와 담화 기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도잉은 사전에 등재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입말이지만, 그 안에는 항구 도시 군산의 개방성과 갯벌 사람들의 끈끈한 유대감, 그리고 험한 세상을 부드럽게 넘어가고자 했던 민초들의 삶의 지혜가 문법화되어 있다. 이 작은 조사 하나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은, 소멸해가는 지역 방언의 다양성을 기록하는 일인 동시에, 표준어 중심의 문법 교육이 놓치고 있는 한국어의 풍부한 정서적 표현력을 재발견하는 인문학적 탐사가 될 것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군산 사람들에게 도잉은 삭막한 세상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문지방과도 같은 존재였음을, 우리는 이 연구를 통해 확인하게 될 것이다.
도와 잉의 결합이 만들어낸 콧소리의 미학
언어학적으로 도잉을 분석해 보면, 이는 표준어의 보조사 도와 전라도 방언 특유의 종결 어미 혹은 접미사 잉이 결합한 형태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 결합은 단순한 물리적 합성이 아니라 화학적 융합에 가깝다. 먼저 표준어의 도는 어떤 것이 포함되거나 더해짐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너도 가니?에서처럼 명사 뒤에 붙어 문법적 기능을 수행한다. 반면 전라도 방언의 잉은 주로 문장의 맨 끝에 붙어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거나(그랬지잉?), 감정을 실어 여운을 남기는(아따 거시기하네잉) 기능을 한다. 그런데 군산 방언에서는 이 잉이 문장의 끝이 아닌, 문장 중간의 조사 뒤에 침투하여 도잉이라는 새로운 형태소를 만들어냈다.
음운론적으로 볼 때 도잉의 핵심은 후행하는 잉이 만들어내는 비음(Nasal sound)과 장음(Length)에 있다. 군산 사람들이 이것도잉, 저것도잉이라고 말할 때, 도는 짧게 발음되지만 잉은 길게 늘어지며 콧소리를 동반한다. 이 비음 섞인 잉 소리는 청각적으로 매우 부드럽고 둥글둥글한 느낌을 준다. 전형적인 전라도 방언이 억양이 강하고 리듬이 역동적이라면, 군산의 도잉은 충청도 방언의 느릿한 늘어짐을 닮아 파동이 완만하다. 이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충청도의 언어 습관이 전라도의 어미에 영향을 미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충청도의 그려~와 전라도의 그라제잉~이 만나 그래도잉~이라는 군산만의 독특한 하이브리드 화법이 탄생한 것이다.
또한 도잉은 통사적으로 매우 자유로운 분포를 보인다. 주격 조사, 목적격 조사, 부사격 조사 자리에 쓰일 수 있는 도 뒤라면 어디든 붙을 수 있다. 심지어 연결 어미 뒤에서도 발견된다. 하다가도잉(하다가도), 먹다가도잉(먹다가도)처럼 말이다. 이는 도잉이 문장의 필수 성분이 아니라, 화자의 심리적 태도를 나타내는 양태적(Modal) 기능을 수행하는 초분절음소적 성격이 강함을 시사한다. 즉, 도잉은 문법적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며, 문장 중간중간에 쉼표를 찍어주는 리듬 조절 장치로 기능한다. 화자는 도잉을 발음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다음 말을 고르거나, 상대방의 표정을 살필 수 있는 시간을 번다. 따라서 도잉은 군산 사람들의 대화 속도를 조절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게 만드는 언어적 완충지대라고 볼 수 있다.
공감 유도와 체면 유지를 위한 정서적 쿠션
도잉이 군산 방언에서 그토록 빈번하게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조사가 수행하는 독특한 화용론적 기능, 즉 공감 유도(Sympathy solicitation)와 공손성 전략(Politeness strategy) 때문이다. 군산 사람들의 대화에서 도잉은 내 말에 동의해 달라, 내 마음 좀 알아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지속적으로 송출한다.
예를 들어보자. 표준어 화자가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프다"라고 말한다면, 이는 단순히 날씨와 배고픔이라는 두 가지 사실을 나열한 것이다. 그러나 군산 화자가 "날씨도잉 춥고, 배도잉 고프고..."라고 말한다면 뉘앙스가 완전히 달라진다. 여기서 도잉은 청자에게 "날씨 추운 거 너도 알지? 배고픈 내 사정 이해하지?"라는 공감의 확인을 요청한다. 문장 중간마다 삽입된 잉의 울림은 화자와 청자 사이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우리가 같은 상황을 공유하고 있다는 연대감을 강화한다. 이것은 한국의 고맥락 문화(High Context Culture)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눈치의 언어화된 형태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가 아니라, 말끝을 살짝 흐림으로써 알게 만드는 것이다.
가족들이랑 군산 여행 갔을 때 시장에서 봤던 장면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된다. 시장 아주머니가 “이것도잉 한 봉 더 가져가보소.”라고 말하자 손님이 “한 봉지만 살게요.”라고 얘기했다. 아주머니가 “그럼 이거도잉 덤으로 조금 더 얹어드릴게요.” 라고 말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이 대화에서 시장 아주머니는 도잉으로 권유와 관계 유지의 신호를 보낸다. 손님은 단호하지 않게 거절을 표현해 상인의 완곡함을 받아준다. 아주머니는 도잉으로 ‘추가 구매’와 ‘덤’ 제안을 부드럽게 연결했다. 이 비대칭 사용은 상인이 친밀성·지역성의 정체성을 표지하고, 손님이 의미를 오해 없이 확인하는 상호 조율 장면을 만든다. 결국 도잉은 거래의 긴장을 누그러뜨리며, 실질적인 합의로 착지하게 하는 담화 장치로 기능한다.
또한 도잉은 거절이나 부정적인 의사를 표현할 때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지 않기 위한 완곡어법(Euphemism)으로 쓰인다. "그건 안 돼"라고 말하면 상대가 상처받을 수 있다. 이때 군산 사람은 "그게 말여, 그것도잉 좀 그렇고..."라며 도잉을 활용해 말끝을 흐린다. 도잉 뒤에 오는 침묵과 여운은 단호한 거절을 부드러운 난색으로 포장해 준다. 이것은 충청도식 화법의 영향이 짙게 배어 있는 부분이다. 직설적으로 찌르기보다는 둥글게 감싸 안으며 거절하는 지혜, 갈등을 표면화하지 않으려는 평화주의적 태도가 도잉이라는 조사 속에 녹아 있다.
더 나아가 도잉은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강조의 기능도 수행한다. 역설적이게도 부드러운 콧소리가 강한 확신의 표현이 되는 것이다. "나도잉 다 생각이 있어!"라고 말할 때, 도잉은 주어 나를 길게 강조하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확실하다는 차별성을 부각한다. 이때의 도잉은 억양이 평소보다 높고 짧게 끊어지는 경향이 있다. 즉, 도잉은 억양과 길이에 따라 공감을 구하는 약한 호소부터,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강한 주장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감정을 담아내는 감정의 그릇이다. 군산 사람들은 이 작은 조사 하나로 희로애락의 미묘한 파동을 조절하며, 갯벌처럼 질퍽하고도 따뜻한 인간관계를 직조해 왔다.

소멸해가는 항구의 말, 도잉의 기록학적 가치
지금까지 전북 군산 방언의 특수 조사 도잉의 어원과 문법적, 화용론적 특징을 살펴보았다. 도잉은 전라도와 충청도의 접경지대라는 지리적 특성과, 항구 도시 특유의 개방적이고 유동적인 문화가 빚어낸 독창적인 언어 유산이다. 표준어의 도와 전라도의 잉이 만나 탄생한 이 혼종의 조사는, 논리보다는 정서를, 명확성보다는 관계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언어 심리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도잉은 급격한 소멸의 길을 걷고 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군산 역시 표준어의 영향력이 강해졌고, 젊은 세대들은 도잉을 촌스러운 노인들의 말투로 여기며 기피한다. 학교 교육과 미디어는 표준어 사용을 강요하며, 지역 방언의 미세한 뉘앙스를 사투리 교정이라는 명목하에 지워버리고 있다. 이제 도잉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화자는 60대 이상의 토박이 노년층에 국한되어 있으며, 그들마저 세상을 떠나면 이 독특한 조사는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다.
도잉이 사라진다는 것은 단순히 단어 하나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군산 사람들이 수백 년간 유지해 온 공감의 문법, 타인을 배려하고 관계를 부드럽게 이어가려 했던 삶의 태도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삭막한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너와 나를 끈끈하게 이어주던 도잉의 콧소리는 우리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온기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군산 방언에 대한 정밀한 구술 채록과 연구가 시급하다. 텍스트로 된 사전을 넘어서, 실제 대화 속에서 도잉이 어떻게 발화되고 어떤 맥락에서 쓰이는지를 음성과 영상으로 기록하는 멀티모달 아카이빙이 필요하다.
언어는 그 지역의 지문(Fingerprint)이다. 군산의 도잉은 금강 물결과 서해 바람이 군산 사람들의 혀끝에 새겨놓은 고유한 무늬다. 우리는 이 무늬가 완전히 닳아 없어지기 전에, 그것을 탁본하고 기억해야 한다. 표준어라는 거대한 콘크리트로 포장된 언어의 도로 위에서, 도잉이라는 좁고 굽은 골목길이 주는 안식과 정겨움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언어학적 연구 대상을 넘어, 우리가 잃어버린 한국어의 표정을 되찾는 일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군산의 밥상머리에서, 시장통 좌판에서 아직 들려오는 "이것도잉 가져가~"라는 소리가 오래도록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