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가 아닌 ‘획득 과정’ 자체에 집착하는 심리
인간은 왜 결과보다 ‘과정’에 중독되는가?
획득의 여정이 소유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지는 이유
현대인의 소비 패턴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것을 '갖기 위해서' 행동하기보다는, 그것을 '얻는 과정' 자체에 더 강하게 집착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트렌드나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심리에 깊게 뿌리내린 보상 메커니즘과 관련되어 있다.
사람은 무언가를 얻기까지의 과정에서 긴장과 기대, 몰입이라는 복합적 감정을 경험한다. 이 감정들이 뇌에서 도파민이라는 강력한 보상 물질을 분비시키면서 사람들은 마치 '획득의 여정' 자체가 목표인 것처럼 행동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이들은 명확한 목적 없이도 인터넷에서 '희귀템'을 찾기 위해 몇 시간을 투자하고, 게임에서는 이미 비슷한 아이템을 갖고 있음에도 새로운 아이템을 얻기 위한 반복 작업을 멈추지 못한다.
이런 행동의 본질은 단순히 '가짐'이 아니라, '얻었다는 성취감'에 있다. 특히 현대사회에서는 대부분의 물건이 빠르고 쉽게 구매 가능하다 보니, 오히려 '획득의 난이도'가 감정적 가치를 더 높이는 요소가 된다. 쉽게 살 수 없는 것, 어렵게 구한 것, 남들과 다른 과정을 거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것에 더 큰 애착을 가지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과정 속에서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어 한다. 어떤 대상이 어렵게 얻어질수록 사람은 그 대상보다 자신이 성장했다는 사실에 더 큰 의미를 둔다. 이 심리는 교육, 연애, 사회적 관계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쉽게 연결된 인간관계보다 수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쌓아 올린 관계가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안에 ‘나의 시간과 감정’이 축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람은 획득 과정을 통해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내면의 만족감을 형성하게 된다.
기업이나 브랜드는 이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한다.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는 구매까지의 접근성을 의도적으로 낮추고, 대기시간이나 제한된 구매 조건을 부여해 고객이 '얻어내는 과정' 자체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오히려 이런 제한적인 구조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제한된 기회를 '내가 얻었다'는 감정이 일반적인 구매보다 훨씬 더 높은 성취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많은 온라인 플랫폼은 사용자가 직접 수고를 들여 얻는 구조를 선호한다. 예를 들어, 스팀에서 게임 도전 과제를 하나하나 클리어하거나, 유튜브 알고리즘 속에서 특정 정보를 ‘내가 직접 찾아냈다’는 감정은 사람에게 ‘주도적인 획득’이라는 착각을 안겨주며 자기 효능감을 높인다. 이때 사람은 결과보다 ‘나는 이런 과정을 해냈다’는 사실에 더 만족하게 된다.
결국, 사람은 결과를 통해 외부의 평가를 받지만, 과정은 자기 자신과의 대화다. 그리고 이 대화 속에서 사람은 감정적으로 더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에 대한 주인의식을 획득한다. 소유는 타인에게 보여주는 결과지만, 획득 과정은 스스로를 설득하고 인정받는 내부의 여정이기 때문에 더 강력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획득의 쾌감은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한다
뇌는 단순한 결과보다 '예상된 보상'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무언가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는 순간 도파민 분비가 활성화되며, 이 과정에서 큰 쾌감을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결과가 주어졌을 때보다 그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더 강한 흥분을 경험한다.
이는 마치 뽑기 기계 앞에 선 아이가 버튼을 누르는 순간의 떨림, 온라인 경매에서 입찰을 눌렀을 때의 두근거림,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여는 순간의 긴장감과 같은 감정으로 나타난다. 이들 모두는 ‘과정에 중독되는 구조’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획득 과정에서의 이 감정은 '성취감'이라는 형태로 뇌에 각인된다. 성취감은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이며, 자기 삶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다. 즉, 어떤 대상을 직접 노력해서 얻었다는 사실이 자신을 능력 있는 존재로 느끼게 하고, 자존감까지 연결되게 만든다.
이때 도파민은 단순한 ‘기쁨 호르몬’이 아니라, 학습과 행동 반복을 유도하는 화학적 신호 역할을 한다. 뇌는 도파민이 분비됐던 그 순간을 기억하고, 유사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재현하려 한다. 그 결과 사람은 동일한 감정을 다시 경험하기 위해 비슷한 행동을 반복한다. 예를 들어, 온라인 쇼핑에서 ‘딜을 찾는 재미’에 빠진 소비자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이라도 ‘할인에 성공했다’는 느낌을 다시 얻고자 계속해서 검색하고 클릭한다.
또한, 뇌는 보상을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더 강하게 반응한다. 이것이 바로 ‘랜덤 보상 시스템’이 효과적인 이유다. 뽑기 게임, 복권, 무작위 상자 개봉과 같은 구조는 정확한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에 기대감이 증폭된다. 뇌는 이런 예측 불가능한 보상 구조를 통해 더 높은 수준의 도파민을 방출하게 되고, 그만큼 사람은 더 강하게 중독된다.
이러한 보상 구조는 디지털 환경에서도 매우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다음에 무엇을 보게 될지 정확히 예측하지 못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사용자는 다음 영상에서 ‘무엇인가 유익하거나 흥미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속에서 시청을 이어간다. 그 순간마다 뇌는 미세한 도파민을 방출하고, 사용자는 그 쾌감을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의 뇌는 ‘획득 그 자체’보다는 ‘획득의 가능성’과 ‘과정의 불확실성’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소유는 곧 지루해지지만, 반복되는 획득은 끝없이 감정적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런 구조는 소비, 게임, 학습, SNS 등 일상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견되며, 사람의 선택과 행동을 보이지 않게 조종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획득 경험’이 콘텐츠로 소비되는 현상
과거에는 ‘무엇을 가졌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가졌는가’가 더 주목받는다. 사람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아이템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그걸 얻기 위해 어떤 과정을 겪었는지를 이야기로 만들고, 콘텐츠로 공유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서는 특정 아이템을 얻기까지의 여정을 기록한 영상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예를 들어, 한정판 운동화를 얻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는 브이로그, 뽑기 게임에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도전하는 콘텐츠, 혹은 희귀한 책이나 피규어를 찾아 전국을 여행하는 영상 등이 그렇다. 이들 영상은 결과보다 '과정'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며, 그 과정 자체가 감정적 공감을 유도하는 요소가 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이러한 과정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아주 쉽게 만들었고, 사람들은 그 안에서 ‘획득’이라는 행위 자체를 퍼포먼스로 즐기게 되었다. 이로 인해, 실제 소유 여부보다 ‘획득 과정의 서사성’이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타인의 획득 경험을 ‘감상’하는 데에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 온라인에서 뽑기 콘텐츠나 경매 브이로그, 언박싱 영상이 높은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단순히 결과 때문이 아니다. 시청자는 그 과정을 지켜보며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하는 듯한 대리 만족을 느낀다. 이때 시청자는 결과보다 ‘과정 속 감정’에 더 깊게 몰입하게 되며, 그 감정은 진짜 경험 못지않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는 ‘시간의 압축’을 가능하게 한다. 실제로 3시간 줄을 선 경험을 3분 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그 감정의 본질을 전달받는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에서는 느끼기 힘든 ‘도전-실패-성공’의 흐름을 다른 사람의 콘텐츠를 통해 간접 체험하게 된다. 이는 마치 한 편의 짧은 서사를 감상하는 것처럼 작용하며, 콘텐츠에 감정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최근에는 이런 ‘획득형 콘텐츠’가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득템 브이로그’, ‘운 없는 뽑기 도전기’, ‘초기 민팅 성공 후기’ 같은 제목의 영상들은 획득 실패조차 콘텐츠화되며, 그 자체가 드라마가 된다. 사람들은 실패 속에서도 감정의 리듬을 타고, 공감과 위로, 그리고 다음 기회에 대한 기대를 품는다. 콘텐츠는 더 이상 결과만을 전달하는 도구가 아니라, 감정의 흐름을 소비하는 매개체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NFT, 디지털 수집품, 메타버스 아이템 등에서도 나타난다. 사람들은 단순히 디지털 자산을 보유했다는 사실보다, 언제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얻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느낀다. ‘초기 민팅 참여자’라는 타이틀, 혹은 ‘소수만 접근 가능한 프로젝트에 먼저 입장한 사람’이라는 서사는 곧 정체성과 영향력의 상징이 된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획득은 물질적 소유가 아니라 이야기와 감정의 축적이라는 성격을 가지게 되었다.
획득의 반복이 중독으로 이어지는 심리적 구조
획득 과정은 단지 일회성 감정으로 끝나지 않는다. 뇌는 ‘성공한 획득 경험’을 기억하며, 비슷한 상황을 반복적으로 추구하게 만든다. 이때 문제는, 반복 과정이 결과적으로 효율성보다는 ‘쾌감 재생산’에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꼭 필요해서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이전의 그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행동하는 것이다.
이 구조는 게임, SNS, 커머스 플랫폼 등에서 매우 자주 활용된다. 예를 들어, 한정 이벤트, 뽑기, 포인트 적립 같은 구조는 의도적으로 사용자가 계속해서 획득을 반복하게 설계되어 있다. 그리고 사용자는 이런 구조를 알면서도 계속 참여한다. 왜냐하면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성취감, 우연성의 긴장, 그리고 결과를 기다리는 ‘예측 불가능성’이 강력한 감정 몰입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일부 심리학자들은 이를 ‘과정 의존적 소비’라고 부른다. 이 소비 형태는 본질적으로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지만, 감정적 만족도는 매우 높다. 특히 물질적 풍요를 이미 경험한 현대인에게는 결과보다 감정 몰입이 더 가치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사람은 '무언가를 계속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시스템에 더욱 오래 머무른다. 특히 보상이 무작위로 주어지는 구조에서는 다음 번에 더 좋은 보상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사람을 붙잡는다. 이 구조는 '강화 학습'이라는 이름으로 심리학에서도 잘 알려져 있으며, 중독성 높은 행동 패턴의 핵심이다. 사람은 반복을 통해 도파민의 기억을 강화하고, 결국 그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와 같은 중독 구조는 단지 게임이나 플랫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쇼핑몰의 ‘한정 수량 판매’, ‘랜덤 박스’, ‘타임세일’ 같은 마케팅도 획득의 반복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전략이다. 사람은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얻지 못할 것이라는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논리적인 판단보다 감정적 충동에 따라 행동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도 모르게 ‘획득하는 습관’이 일상의 일부가 되며,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면 허전함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감정의 흐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감각이 무뎌진다는 것이다. 동일한 보상으로는 더 이상 같은 쾌감을 느낄 수 없게 되고, 뇌는 더 강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어려운 도전, 더 큰 보상, 더 희귀한 아이템을 찾게 되며, 그 과정에서 몰입이 과도해지고 결국 피로감이나 무기력감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획득의 반복이 중독으로 발전하는 순간, 그 행동은 더 이상 자유롭지 않다. 사람은 그 과정에 끌려다니게 되고, 자신의 시간, 에너지, 감정까지 소비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중독이 너무 자연스럽게 ‘일상의 재미’로 포장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중독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획득의 루프 안에서 계속해서 감정을 소비하게 된다.
소유를 넘어 ‘과정 중심의 삶’이 의미하는 것
획득 과정에 집착하는 심리는 결국 인간의 깊은 존재 욕구와 연결된다. 사람은 단지 무언가를 가지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소유는 순간적이고 고정된 반면, 과정은 지속적이고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아있다는 느낌’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존재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현대인의 소비나 행동은 단순히 결과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 긴장, 희망, 실패, 도전을 포함한 복합적 경험을 추구하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건 ‘비효율적이지만 감정적으로 풍부한 삶’을 선택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 중심의 시대에서 벗어나, 과정 중심의 심리와 삶의 태도는 앞으로 더욱 주목받을 가능성이 크다. 마케팅, 교육, 심리치료, 게임, 예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 ‘과정의 가치’를 설계에 반영하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만큼 사람들은 이제 ‘무엇을 얻었는가’보다는 ‘어떻게 얻었는가’에 더 민감해지고 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 이후의 소비자는 ‘경험을 산다’는 표현에 익숙하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기보다, 구매를 위해 방문한 공간, 체험한 서비스, 그리고 그 순간의 감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예를 들어, 여행에서의 사진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것보다 음식이 나오기 전의 기대감에서 더 큰 감정적 가치를 느낀다. 이는 명백하게 결과보다 과정을 중심에 두는 감정 구조다.
사람은 과정 속에서 자신을 더 자주 발견하게 된다. 예상치 못한 변수, 갑작스런 실패, 예기치 않은 타인과의 만남은 모두 결과에는 기록되지 않지만, 과정 안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진짜 삶의 조각들’이다. 이 조각들이 쌓일수록 사람은 자신이 살아온 여정을 이야기로 만들 수 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자기 의미를 찾게 된다.
이런 관점은 교육 방식에서도 점차 강조되고 있다. 결과 중심의 시험 위주 평가보다, 학생이 어떤 과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했는지, 어떤 사고 흐름을 거쳤는지가 중요한 기준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기업도 단순한 실적보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의 문제 해결력이나 협업 능력에 더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런 변화는 현대 사회가 점차 ‘과정 중심의 사고’를 가치로 삼고 있음을 시사한다.
마지막으로, 사람은 결국 기억을 결과보다 '과정'으로 저장한다. 오랫동안 남는 기억은 성공 그 자체보다 그 성공을 위해 흘린 시간, 노력, 감정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다시 느끼고 싶은 순간’을 추구하며 또 다른 과정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여정 자체가 삶의 의미가 되어간다.